22살의 나에게 고양이는 늘 예민하고 도망가고 쓰레기 봉투만 뜯는 요물이었다. 고양이가 싫었고 무서웠으며 미웠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많이 내리던 그날.
창고에서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휴 저거 또 저래. 봄이면 여름이면 늘 들리는 울음소리라 여겼다. 그 애처로운 목소리가 하루 이틀 삼일이 될 때, 그제야 창고 문을 열고 나서야 너를 발견했다.
비쩍 마르고 작고 목이 쉰 아주 작은 아기고양이 . 먼지를 뒤집어 쓰고 눈이 늘러붙고 털에는 쥐끈끈이가 묻은 채 벌벌떨고 있던 너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네가 싫지도 무섭지도 밉지도 않았다. 색색거리며 끊어질 듯 숨을 쉬는 널 보고 덜컥, 겁이 났다. 너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검사를하고 약을 처방받고 치료하고 또 치료했다. 알바비를 다 날리고 용돈이 없어져도 아깝지 않았다.
너는 기적처럼 살아났고 성장했다. 발정기가 오던 널 이해하지 못했을 때 어르고 달래고 쓰다듬고. 늦게서야 널 중성화 시키고 미안해 미안해 했다. 너는 그래도 날 용서하고 이해하고 곁에 있어줬다.
극심한 우울증과 가족간의 불화로 너를 데리고 나는 집을 나왔다 작은 원룸에서부터 너는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일이 마치면 널 보려 일정도 잡지 않고 달려갔다. 너는 내가 올때면 문앞에 서서 야옹 울어줬다 어서오라고 반겨주었다.
들어오면 휙 돌아서 스크래처하다가 가버리는 너였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네가 날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걸
네가 많이 아팠다. 사경을 헤매고 죽을 뻔했다
뭘 잘못먹었는지 내가 또 너의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 너는 아팠다. 그래도 넌 버텨주었고 살아주었다 내 곁에 조금 더 머물러 주었다.
나와 너는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갔다.
방도 있고 거실도 넓은 아파트. 방 하나있는 건 네 방으로 만들어 줬다. 좁아서 들이지 못한 캣휠도 좋은 캣타워도 숨숨이 집도 잔뜩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너는 늘 내 옆에만 있었다. 캣휠도 숨숨집도 캣타워도 마다하고 내가 있는 침대에와서 꾹꾹이를 해주었다. 나는 그런 네가 너무 좋았다.
너는 늙어갔다.
걷는걸 힘들어하고 사료를 먹는것도 어려워했다 매트를 깔고 습식으로 바꾸고 검진을 받고.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랐다. 그리고 상냥하고 다정한 너는 기꺼히 그래주었다.
우리의 시간은 어제보다 조금 더 빨리 흐를것을 안다
늦든 빠르든 종착점이 다른 우리는 헤어지겠지
하지만 너와 나는 알고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 그곳에서 보자는 약속. 내가 너와같이 늙어 다시 만날 그곳에서 함께보자고 잠든 네 귓가에 속삭여본다
사랑해 홍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