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유기견이던 2살짜리 몽이가 저희 집에 왔을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복슬복슬한 털, 순하고 다른 시츄보다 조금 더 큰 눈망울.
몽이가 제가 자기 이름을 부르고 다가와주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상처가 많았던 아이인지라, 그 순간이 아직도 감격스럽습니다.
영원한 저희 집 막내 왕자님이던 몽이.
몽이가 걱정되어서, 자리를 오래 비우면 또 버려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되어 몽이가 있던 동안에는 가족 단위의 장기 여행도 가지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설악산으로 1박 2일간 다녀왔을 때에, 출발 할 때 뒀던 몽이가 좋아하던 간식조차도 입에 대지 않은 채 놓아뒀던 자리 그대로 있더군요.
나에게는 다른 인간관계가 있지만 몽이에게는 저와 저희 가족이 전부일텐데, 그래서 설에 할머니 댁을 갈 때에도 마음이 항상 편치 않았습니다. 몽이는 몇 개월 전에 16살의 나이로 강아지 별로 여행을 갔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특발성 뇌전증으로 이유없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에도 몽이는 이미 죽기 전이었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시간에서 병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말에도 몽이가 곧 가려고 하는 것 같다. 라는 연락을 받고 바로 퇴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마주한 몽이는 입에 피거품을 문 채 코에도 콧물이 굳어 숨을 힘겹게 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몽이는 그 다음 날 아침 7시 경 모든 가족이 함께 하고 있을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화장을 해준 후 자연분해 되는 단지에 담아 할머니 밭 한켠에 묻어주고 돌탑도 쌓아줬습니다. 아직까지도 몽이가 입던 옷, 그리고 방울 소리가 들리면 좋아하던 산책 줄을 버리지 못한 채 제 방 한켠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다고, 그 당시에 많이 울었으니 훌훌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조용하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잔잔한 상실감과, 공허함, 우울감이 저를 찾아오네요. 아마 새 가족을 들이기까지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때까지도 몇 년이 지나도 저는 이 상실감과 공허함에 잠겨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할머니 댁을 다녀오고 부모님께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니 늦을 것이다 말 하고 그냥 정처없이 걷다가 피시방에 왔습니다. 작년이었다면 새벽부터 우리가 오는 저녁까지 기다리다가 우리가 왔을 때 꼬리를 치고 낑낑거리며 반겨야 할 아이가 이제는 없다는 사실에 쉽사리 집으로 걸음이 옮겨지질 않았습니다. 몇 줄의 글로도 이 마음들을 다 표현하기 힘이 듭니다. 아직도 몽이가 제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며 귀찮은 듯 킁, 하고 코를 풀 것만 같고 방 밖에서도 이따금 가위에 눌리면 몽이의 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발톱과 바닥이 부딪히며 울리는 차박차박하는 소리가요.
아직도 몽이가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요 근래에는 삶이 텅 빈 것 같은 기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분명 너무나도 슬프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파동이 퍼지듯 걷잡을 수 없는 감각이 몸과 머리를 지배해 붕 떠있고, 삶의, 무리의 무언가로부터 분리 된 기분이 듭니다.
몽이가 없이 처음 맞이하는 설날, 작년 설에는 봉투에 몽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담아 몽이에게 용돈 겸의 간식을 주었는데 이번엔 줄 상대가 없다는 것이 기묘하네요. 앞으로도 내년, 내후년에도 설날에 집을 나설 쯔음 내 발길을 잡는 걱정되는 아이도 없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낑낑거리며 내가 바닥에 누우면 바로 제 몸 위로 올라와 신이 나 코를 풀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신이 나있을 아이가 없을 것이란 사실이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