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경마이야기, 1등보다 사랑받은 꼴찌마들
- 1등보다 빛나는 삶을 산 ’꼴찌마‘들이 전하는 감동의 이야기
- 미국의 ’지피치피‘부터 일본의 ’하루우라라‘ 그리고 현역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코리아헌터‘

순위를 다투는 스포츠에서 ‘1등’의 이야기는 모두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꼴찌’들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을 울릴 때도 있는 법. 셀 수 없이 많은 ‘패배’를 딛고 일어나 지치지 않는 도전과 희망에 대한 감동을 주는 꼴찌마들이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겨운 시기, 동화 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여운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꼴찌마의 ‘시조’ 미국의 지피치피,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전하다

부진한 성적과는 달리 팬들은 지피치피를 응원하기 위해 경마장을 찾았으며 매 경주마다 갱신되는 연패기록에 환호를 보냈다. 끊임없는 연패에도 극진한 보살핌으로 꾸준히 지피치피를 경주에 출전시켜온 마주 ’펠릭스 몬서레이트‘(Felix Monserrate)는 “경주를 마친 지피치피는 매번 기쁜 모습으로 돌아오기에 난 언제나 실망스럽지 않다.”고 전한 바 있다.
심지어 야구선수와 벌인 38m 단거리 이벤트 경주에서조차 패배한 지피치피를 두고 마주 펠릭스는 “선수가 이길 수 있게 말이 봐준 것이다.”며 100연패 마주다운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피치피의 도전정신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피플(PEOPLE) 등 수많은 언론의 기사와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전해졌다. 지피치피는 어린이 학업독려 캠페인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으며 그의 이야기는 동화책을 포함한 두 권의 책으로 출판됐다.
패배해도 꾸준히 달리는 ‘하루우라라’, 경마장을 살리다

하루우라라는 유독 작고 겁이 많아 경주마로는 ‘부적격’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중앙 경마장은커녕 지방 경마인 고치 경마장에서 데뷔해 착실히 연패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달리던 고치 경마장은 고치 시내에서도 접근성이 안 좋았고, 국가적 경제 불황 탓에 큰 경영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고치 경마장은 사활을 걸고 하루우라라를 ‘패배해도, 패배해도 다시 일어나 계속 달리는’ 경주마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이는 대성공이었다. 하루우라라는 일약 스타덤에 떠올랐으며, 하루우라라의 마권은 ‘절대 맞지 않기 때문에’ 정리해고와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부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하루우라라가 국민적 인기를 끌자 106전 출전 때는 일본 중앙경마의 최고 기수 ‘다케 유타카’ 기수가 기승하기도 했다. 물론 경주 결과에 이변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 경주를 보기위해 고치 경마장에는 약 1만3000천명의 팬들이 입장했다. 마권 매출도 사상 최고액을 갱신했다. 하루우라라덕에 ‘파리 날리던’ 경마장이 인산인해가 되며 폐업위기를 넘긴 것이다.
현재 목장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하루우라라는 은퇴 후에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약 70명의 시민들이 자발적로 ‘하루우라라회(會)’를 만들어, 그들이 모은 회비가 하루우라라의 양육비로 쓰이고 있다.
지칠지 모르는 꾸준한 출전 ‘코리아헌터’, 역대 최다 출전기록에 도전하다

소위 ‘못 뛰는 말’인데도 코리아헌터에 대한 경마 팬들의 애정은 상당하다. 코리아헌터가 언제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햇수로 7년째 코리아헌터를 맡고 있는 이정표 조교사의 애정도 남다르다. 체구가 큰 말이 아니고 영리한 말이라 꾸준함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이야기한 이정표 조교사는 잔부상이나 아픈 적이 거의 없었던 말인만큼 ‘보물단지’처럼 소중한 말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비록 나이가 많지만 역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훈련과 관리에 최선을 다해 올해도 꾸준히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김봉겸 마주 또한 코리아헌터의 승률을 줄줄 꿰고 있을 정도로 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코리아헌터가 출전 신기록으로 이름을 남겨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대표되는 경주마로 경마팬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은퇴 전 우승을 다시 한번 이뤄내 아름다운 기적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리아헌터는 오늘도 출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희망적인 건 가장 최근 경주에서 지난 2월 경주보다 기록이 3초나 줄었다는 것, 박수 받는 꼴찌의 질주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코리아헌터가 보여주고 있는 끈기와 투지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국민과 말산업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코리아헌터가 우리를 응원하는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마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될 때, 우리 또한 10년차 베테랑 코리안헌터의 통쾌한 반격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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